[칼럼] 여성혐오가 판치는 세상 -철회된 일본 대표 뉴스 프로 광고를 보며 (후루하시 아야)
[칼럼] 여성혐오가 판치는 세상 -철회된 일본 대표 뉴스 프로 광고를 보며 (후루하시 아야)
  • The New Stance編集部
  • 承認 2021.03.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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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일본의 대표적인 뉴스 프로그램 '보도 스테이션'이 만든 웹 광고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철회됐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일본 사회학자 후루하시 아야(古橋綾)씨의 긴급기고를 소개합니다.

저자 소개: 후루하시 아야(古橋綾). 사회학박사. 2011년부터 한국 대학원에 다니면서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운동, 미군기지촌여성 지원운동, 반성매매운동 등에 관여했다. 2018년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는 대학강사로 교단에 서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사건의 소송 지원이나 곤란한 사정을 가진 여성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철회된 '보도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 광고의 한 장면. 여성 얼굴 위에는 ”이 녀석 보도스테이션 보고 있네”라고 쓰여져 있다. 해당 영상을 캡처.
철회된 '보도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 광고의 한 장면. 여성 얼굴 위에는 ”이 녀석 보도스테이션 보고 있네”라고 쓰여져 있다. 해당 영상을 캡처.

민간 방송국 TV아사히(テレビ朝日)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 광고 동영상이 화두다. 3월 22일에 공개된 해당 영상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방송국은 24일에 이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녀석 보도스테이션 보고 있네”

동영상은 젊은 여성이 웃으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단순한 구성이다. 15초 버전과 30초 버전이 있는데 30초 버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녀왔어~!

재택근무에 익숙해 버려서 말이야. 오랜만에 회사에 가더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회사 선배가 출산 휴가 끝나서 아기 데리고 왔는데, 대애박 귀엽더라.

어떤 정치인이 “젠더 평등”을 슬로건처럼 내거는 것 자체가 응? 너무 구식이다 싶어.

로션 샀어. 대애박 좋은 것.

그래도 소비세 올랐네. 국가 채무는 줄지 않았지?

아, 9시 54분이다! 뉴스 좀 봐도 돼?

자막 "이 녀석 보도스테이션 보고 있네"

짧은 영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주인공 설정은 20대 초 중반, 직장을 다닌 지 2~3년이 되고, 애인과 동거하고, 아이에도 미용에도 관심이 있고, 일상적으로 뉴스를 보는 여성이다. 참고로 위의 인용문은 ‘발췌’가 아니라 ‘대사 전문’이다. 앞뒤 안 맞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실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잘 모르겠다.

귀여운 ‘아기’를 직장에 데리고 올 수 있는 것이 일상적이라면서 “젠더 평등”을 “슬로건처럼 내거는 구식 정치인”을 조롱하는 것 같다. 좋은 로션을 샀다고 자랑하면서 소비세가 올랐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비세는 2019년 10월에 시존 8프로에서 10프로로 올랐는데 2021년 3월인 지금, 그걸 깨달았다는 건 어떤 상황일까...?)

짧은 영상에서 여성은 “대애박”를 두 번 반복한다. 아기가 귀엽다고 말할 때는 가볍게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새된 목소리, 부족한 어휘, 애교... 그리고 마지막에 자막으로 표시되는 “이 녀석.”

결국 이 여성은 남성들이 품는 이상적인 여성상인 것이다. 아이를 기꺼이 돌보고 미용에만 관심이 있고, 여성 인권 같은 것을 주장할 일이 없이 “이 녀석”이라고 불려도 기뻐하는 여성. 세상 일에 어둡고 수다를 부릴 때도 앞뒤 문맥이 없다. 여성을 이런 식으로 이미지 하면 남성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 받지 않는다. 여성혐오를 “대애박” 선명하게 표현한 영상이다.

●“차별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

웹공간에서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해당 영상이 알려지자 비판이 쇄도했다. 이에 떠밀리다시피 방송사는 24일에 해당 영상을 내리고 아래와 같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웹 광고는 넓은 세대 시창자 분들이 프로그램을 가깝게 느껴 주셨으면 하는 의도로 제작됐습니다.

젠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일본이) 뒤떨어지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논의를 넘어 실천하는 시대에 있다는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만 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불쾌하게 느끼신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여 사과하며 이 웹 광고는 철회하겠습니다.

“차별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 일본에서 최근 자주 듣는 논법이다. 이 사죄에 대해 SNS 상에서는“사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죄는 본인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고 인간관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행위이다. “나는 나쁘지 않았지만, 뭐라 하신다면 미안하다고 하겠다는 태도”는 사죄가 아니다. 또한 다른 언론에서 이번 사태를 다뤘는데도,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스테이션은 보도나 사죄 등 어떤 형태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이점 역시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또한 이 사과문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젠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일본이) 뒤떨어지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논의를 넘어 실천하는 시대에 있다”는 부분이다.

논의로 끝나지 말고 실천으로 옮기자는 주장인가. 그렇다면 전혀 현실에 위배된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젠더 평등을 향한 실천을 추진해 왔다. 젠더 평등을 막는 구조나 제도를 바꾸려는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문제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여성들도, 정치인들도 “세계적으로도 뒤떨어지”는 젠더 평등 문제를 열심히 실천하는 중이다. 보도 프로그램이 그런 것마저 느끼지 못하는구나…고 몹시 난처해진다.

그리고 하나 또. 진보적인 신문사로 알려진 <아사히신문(朝日新聞)>과 <도쿄신문(東京新聞)>은 25일 조간에서 이 소식을 보도했는데, 광고의 문제점에 대해 해설하는 이는 모두 남성 연구자였다. 이 뉴스를 분석할 수 있는 우수한 여성 연구자들이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왜 여성 연구자가 아니라 남성 연구자를 선택했는지, 보도 관계자들은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 선택이야말로 여성혐오니까.

오리무중. 우리는 여성혐오가 만연되는 세상을 오늘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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